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
- 국화꽃님에게 드리는 헌시/김 칠 문 -
오늘 같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
어린 시절처럼 눈 신명에 지펴보고 싶다
친한 벗들과 어울려 눈싸움도 하고
눈사람도 만들고
찢어지게 가난했던 저의 집을
하얀 떡가루로 덮어주고
세상 모든 더러움과 차별을 다 덮어주는
하늘이 내려주는 그 순백의 은혜에 취하여
종일 눈길을 걷고 싶다
함박눈 쏟아지는 이 아침
국민학교 학예회 때 백설 공주로 분장한 소녀
오랫동안 가슴조이며 그리워했던 그 소녀 같은 사람
내 인생에 처음 만난 여자친구
처음으로 만난 연인 같은 사람
그 사람과 호수공원의 눈길을 단둘이 거닐고 싶다
어제 이메일로 나에게 부끄러움도 없이
옷고름을 풀고 속살을 들어낸
그 순백의 영혼 앞에
온갖 고난과 아픔과 슬픔을 통해
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忍冬草같이
이 한겨울을 이기고 활짝 피어난 국화꽃 향기를 향하여
나는 한 마리 나비되어 날아가고 싶다
이 겨울 내 감나무 가지에 남겨둔
빨간 연시 하나 가지고
오늘 이렇게 함빡 눈 내리는 날
그 옛날의 소년 소녀로 다시 돌아가
함께 호수공원을 거닐며 눈사람을 만들며
그와 함께 "겨울동화" 같은 추억하나 만들고 싶다
- 월간순수문학 2008.12월호에 발표-
08.1.11./ 호수공원의 눈길을 홀로 걸으며

♬배경음악:대중가요/눈이 내리네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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